4월 개통하는 하노이 전철, 악명높은 오토바이 퇴출시킬까

성연성 2019-04-09 (화) 18:49 5년전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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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짜오베트남-32] 베트남에 처음 온 한국분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평생 볼 오토바이를 다 보고 간다"고. 호찌민이나 하노이나 오토바이가 거리를 뒤덮은 광경은 도시의 일상입니다. 하노이 인구는 약 8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등록된 오토바이만 500만대가 넘습니다. 이에 반해 자동차 등록 대수는 55만대에 그치고 있죠. 대중교통이 그리 발달하지 않은 베트남 입장에서 오토바이는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라 불러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오토바이는 차량 사이를 빠르게 지나다니며 택시 뒤에 탄 승객을 깜짝 놀라게 하고, 때로는 갓난아이를 포함한 4인 가족이 오토바이 한 대에 옹기종기 모여 타는 진풍경을 연출하며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비가 와도 우의를 입은 채 오토바이에 의지해 차도를 달리고, 섭씨 40도가 넘는 강렬한 태양 아래서도 얼굴이 탈까봐 수건으로 얼굴을 칭칭 감아맨 모습의 여성이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론가 향합니다.

특히 오토바이와 차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퇴근길에는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무의미해집니다. 차도가 막히면 오토바이가 대거 인도를 점령해 차도 위처럼 달리거든요. 멋도 모르고 번화가 퇴근시간에 인도를 걷고 있으면 오토바이에 완전히 포위된 채 앞으로 가지도 못하고 뒤로 가지도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집니다. 꼼짝없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오토바이 행렬이 내뿜는 매연을 마시는 수밖에 없습니다.

호안끼엠을 비롯한 구도심 관광지를 가면 좀 과장을 섞어 말해 오토바이에 치일 각오를 해야 합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 출장온 상사를 모시고 잠시 비는 한두 시간을 이용해 호안끼엠에 간 적이 있습니다. 쉴 새 없이 지나다닌 오토바이가 모시는 상사의 팔을 수차례 치고 지나가는 덕에 "이것은 의전 실패가 아닌가" 하며 마음을 졸인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베트남에서 오토바이가 없어지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대체할 만한 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 국민소득이 급속도로 올라가 1인당 차량 보유비율이 급격히 올라갔다고 가정해 봅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하노이 도심은 주차 공간이 고려되지 않은 채 설계되었기 때문에 차가 있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닙니다. 왕복 2차선 도로에 접한 무수한 가게 앞 인도는 주차된 오토바이로 넘쳐나는 상황입니다. 갑자기 차가 들어온다고 해도 이 차를 어디다 대고 가게에 들어간다는 말입니까. 베트남 사람들은 "3보 이상은 오토바이를 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토바이 의존도가 높은데, 의존도를 갑자기 어떻게 줄일 수가 있을까요.

그런데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 정부가 최근 극단적인 해결책을 빼들었습니다. 베트남 정부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오토바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런데 하나씩 문제를 풀어가기에는 매듭이 너무 꼬여 있으니 한번에 칼로 내리치는 방식으로 접근을 하는 것 같습니다.

베트남 하노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하노이교통청 부반비엔 청장이 발표한 내용에서 베트남 정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는 "레반르엉, 응우옌짜이 거리에서 올해 안에 오토바이 운행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습니다. 이곳은 하노이 경남랜드마트타워 근처 미딩이 하노이 제1의 한인촌이 되기 이전 하노이 대표 한인촌이었던 중화와 가까운 곳입니다. 교통량이 많은 대표적인 거리 중 하나입니다. 타잉쑤언(Thanh Xuan)지구와 맞닿아 있는 곳입니다.

부 청장은 인터뷰를 통해 왜 하노이가 이런 정책을 들고 나왔는지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일단 가장 큰 원인은 대기오염입니다. 하노이 공기의 질은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요새 서울이 중국발 미세먼지 때문에 시끌시끌하지만 하노이는 오토바이가 쏟아내는 매연 탓에 늘 뿌연 안개가 도시를 지배하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는 "하노이 시민들이 습관처럼 100m 거리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며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오토바이) 금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최근 환경 비영리 단체 그린ID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노이는 지난해 기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이어 전 세계 62개 도시 중에서 두 번째로 대기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노이는 ㎥당 초미세먼지가 40.8㎍에 달해 자카르타의 45.3μg에 이어 2위였습니다. 서울은 지난해 초미세먼지 수준이 평균 23.3㎍/㎥를 기록해 62개 도시 중 27위를 차지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초미세먼지 권고기준을 10㎍/㎥ 이하로 제시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렇게 보면 서울도 심각하지만 하노이 대기 오염이 얼마나 심한지를 알 수 있지요. 극단적인 처방을 꺼낸 것도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하노이시는 내친김에 2030년까지 오토바이 운행을 전면 금지할 계획입니다. 단계적으로 오토바이 금지 구역을 넓혀서 10년 뒤에는 아예 하노이 안에서 오토바이를 찾아볼 수 없게 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신형 오토바이 면허도 불허하고,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대한 요금 징수 방안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안은 2017년 시 차원에서 논의를 통해 결정된 대책입니다. 호앙쭝하이 하노이시 당수는 "2017년 회의에서 시의회는 2030년까지 오토바이를 금지하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는 방안의 교통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며 "이를 통해 하노이 대기오염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히지만 극약처방을 내리는 데는 당연히 반대급부가 있어야겠지요. 시민들 발이나 마찬가지인 오토바이를 꽁꽁 묶어놓는데 말입니다. 하노이시가 올해를 기점으로 오토바이 금지구역을 선포할 수 있는 것은 4월부터 지상철(경전철)이 본격 운행에 나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4월에는 하노이 최초의 전철라인인 '2A라인'이 공식 운행을 시작합니다. 당초 지난해 개통될 예정이었는데 돈도 부족하고 여러 문제가 겹쳐 공사가 미뤄진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2019년에도 과연 운행이 가능하겠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다행히도 문제가 시나브로 풀렸습니다. 하노이 중심부의 캇린과 남서쪽 하동 간 13.1㎞ 구간을 연결하는 2A라인에는 12개 역이 들어갑니다. 요금은 구간에 따라 7000동(343원)에서 1만5000동(735원)에 달합니다. 하노이시 속내는 전철과 버스를 통해 쉽게 오갈 수 있는 구역부터 오토바이 운행을 중단케 하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민들 반발이 극심해 벌써부터 실효성 여부가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일단 요금이 버스보다 비쌉니다. 하노이 버스 운임은 25㎞ 미만의 편도 요금이 7000동(343원), 25~30㎞ 구간은 8000동(393원), 30㎞ 이상은 9000동(441원)입니다. 깟링~하동 구간 전체 노선은 13.1㎞인데 이걸 전철 타고 가려면 1만5000동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버스로는 기본요금인 7000동만 내면 되니 비싸 보이는 것이지요.

하지만 하노이시는 "평균 시속 35㎞로 운행되는 전철은 시속 14~16㎞인 버스보다 2배 이상 빠르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학생이나 근로자·노인들을 대상으로 월 정기권 금액의 30~50%을 보조해줄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노이시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해 여기에 종속(?)되게 해야만 합니다. 그러니 당장 적자를 보는 것은 나중 문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4월 운행하는 노선이 2A라인 하나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를 통해 출퇴근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마도 많은 시민들은 전철을 타고 내리더라도 직장까지 한참을 걷거나 아니면 또 한번 그랩 오토바이를 불러 직장까지 가야 할지 모릅니다. 하노이시 내부의 인도는 오토바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사실상 걷기가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직장이 전철역에서 아주 가깝지 않은 한 그랩 오토바이를 불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럴 바에는 아예 집에서 자기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게 훨씬 편하고 돈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이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전철 2A라인 개통 직후에는 오토바이 감소 효과가 극히 미미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5년, 10년이 지나 하노이 전철라인이 웬만큼 갖춰진 이후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아마도 나름의 효과를 낼 것 같다는 추측을 할 뿐입니다. 베트남 정부는 의도적으로 하노이를 밀어주는 분위기입니다. 수도이기 때문입니다. 경제수도인 호찌민에 비해 아직은 하노이 경제규모가 작지만 하노이 주변으로 대규모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규모 공단을 밀어주는 것을 보면 언젠가는 하노이가 호찌민을 추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매력이 단순히 소득수준에 비례해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요. 더 많은 외국인이 들어와 하노이에 자리 잡고 하노이를 살기 좋고 편한 도시로 느끼게 하려면 지금까지 걸어온 것을 답습해서는 안 됩니다. 수백만 대의 오토바이가 도심에 매연을 쏟아내는 구조로는 안 됩니다. 이 점을 베트남 정부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를 쓰고 오토바이를 없애려고 하는 것입니다. 과연 베트남 정부의, 하노이시의 극약처방이 종국에는 결실을 맺게 될까요. 하노이의 미래가 궁금해집니다.

[하노이 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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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월 영아 학대한 정부 지원 아이돌보미 사건을 본 육아빠의 생각

[오마이뉴스 글:박현진, 편집:김혜리]

며칠 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는데, 아내가 분노와 걱정이 섞인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여보, 오늘 뉴스 봤어? 또 아이를 학대한 사람이 있대."
"뭐? 또? 어린이집이야?"
"아니, 이번엔 정부 지원 돌보미래. 14개월 아이를 학대했대."


나는 아내의 말을 듣고, 곧바로 뉴스 영상을 찾아봤다. 너무 무섭고 놀랐다. 첫째로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14개월 아이를 학대하는 모습에 분노가 치밀었다. 둘째로는 정부 지원 아이 돌보미가 아동을 학대했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었다. 여성가족부가 하는 사업이기에 믿을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컸다.
 
영상 속 14개월 아이, 내 아들의 14개월이 떠올랐다
 
영상 속 아이 돌보미는 14개월 아이가 밥을 먹지 않는다며 뺨을 때리고 밀쳤다. 순간 아들의 14개월 때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14개월 때는 걷기 시작한 지 채 한 달여 밖에 되지 않아 이리 걷다 쿵, 저리 걷다 쿵 하는 사랑스러운 시기였다. 좋아하는 반찬이 있거나 배가 매우 고프면 밥을 잘 먹었지만, 맛이 없다고 생각하는 음식이 있거나 배가 별로 고프지 않으면 입에 있는 음식을 수시로 뱉곤 했다. 

만약에 아내가 육아 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나는 정부 지원 아이 돌보미 서비스를 신청했을 것이다. 한 마디로 우리 아이도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상 속 아이처럼 말도 안 되는 학대를 당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드니 더욱더 분노가 치밀었다. 영상을 통해 처음 아이의 모습을 본 나도 이렇게 억장이 무너지는 데 영상을 공개한 부모의 마음이 어땠을지는 정말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학대를 받은 아이다. 아들은 14개월 때 부모가 자신의 시야에서 잠시만 보이지 않아도 불안해 대성통곡을 했다. 아이의 얼굴이 실수로 팔꿈치나 무릎에 살짝이라도 닿는 날이면 나는 아이가 혹시 다치지는 않았는지, 많이 아프지는 않은지 전전긍긍하곤 했다. 

그런데 영상 속 아이 돌보미는 아이의 뺨을 때리고 밀치고 꼬집고 꿀밤을 때리기까지 했다. 게다가 아이가 울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했다. 부모가 꼭 안아주고, 달래주어도 세상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하루를 보내는 두 살배기 아이가, 3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낯선 사람에게 학대를 받으면서 얼마나 무섭고,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온다.
 
보내고 싶지 않지만, 보내야만 하는 어린이집
 
 아빠와 아들의 행복한 모습
ⓒ 박현진

우리 집에는 나를 기다리는 세 명의 가족이 있다. 한 명은 감기에 걸렸지만 약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만삭의 아내이고, 한 명은 폐렴과 장염을 연이어 겪은 세 살배기 첫째 아이다. 마지막 한 명은 엄마 뱃속에서 쉬고 있지만, 곧 세상과 나올 둘째 애다. 직장에서 일과를 마친 후 나는 동료들에게 가끔 이렇게 말한다.
 
"저, 이제 집으로 출근합니다!" 

사실, 지금 우리 가족은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나는 올 3월부터 직장을 옮겨 이제야 좀 적응을 한 것 같고, 아내는 출산이 가까워진 터라 숨 쉬는 것도 점점 힘들어하고 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감기까지 걸렸다. 만삭에 기침하면 배가 많이 아프다고 한다. 세 살배기 아들은 3월에 어린이집에 처음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3월에 개원했는데, 그러다 보니 모든 아이가 처음 어린이집에 온 것이라 적응하는 데 다들 애를 먹었다. 

매일 같이 울면서 어린이집에 들어갔다가, 울면서 나오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아이가 조금씩 어린이집에 적응해 갔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를 사랑으로 잘 감싸주셨고, 집에서 부모가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다닐 수 있게 열심히 격려하고 칭찬한 덕분일 것이다. 

그런데 잘 적응을 해 가려는 시점에 큰 암초를 만났다. 아이가 밤사이 열이 40도까지 올라간 것이다.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기관지 폐렴이었다. 낯선 공간인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나 보다. 결국 아이는 3박 4일 동안 생애 첫 입원을 하게 됐다. 병원에 있는 동안 고열과 기침으로 힘들어하고, 기력이 딸려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종일 축 처져 있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이가 이렇게 아프고 힘든데도 어린이집을 보내야 하나?'라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스쳐 갔다.
 
 병원에 입원한 아들. 아들은 어린이집 생활이 힘들었다.
ⓒ 박현진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 달 후면 둘째 아이가 태어난다. 짧은 휴가를 받아 첫째 아이를 돌볼 수 있지만, 휴가가 끝나면 낮 동안의 육아는 오롯이 아내가 떠안게 된다. 사실상 신생아와 세 살배기 아이를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가 혼자 돌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쩔 수 없이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아내도 복직해야 한다. 우리 부부가 함께 일해야 네 가족의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양가 부모님이 모두 경제생활을 하고 계셔서 육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러니 아이를 돌봐줄 어린이집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아이를 키우는 많은 부모가 우리 가족과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아이 돌보미 학대 사건 이전에도 어린이집에서의 아동 학대 사건은 끊임없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아동 학대는 많은 사람의 공분을 사는 매우 흉악한 범죄다. 나를 포함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사건을 접하면서 처음엔 분노하고, 마음 아파하다가도 돌보미 서비스를 신청할 수밖에 없고, 어린이집에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착잡함을 느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동 학대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 아이 돌보미 및 어린이집 교사에 대한 인성검사의 강화, 아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할 시 CCTV 설치 지원 등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산더미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보완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피해 아동의 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들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유명한 아프리카의 옛 격언이 있다. 이 말은 아이 하나를 제대로 키우려면 부모뿐 아니라 다른 가족, 이웃이 모두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도움을 줘야 함을 뜻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보육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절실히 요구되는 격언이다. 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돌봐주는 모든 사람이 '너희 집 아이'가 아닌 '우리 마을이 키우는 아이'라는 책임감을 느끼고 사랑으로 대했으면 좋겠다. 

나는 내일도 자기 몸만 한 노란색 가방을 메고, 어린이집에 갈 아이를 걱정하며 하루를 보낼 것이다. 아빠로서, 어른으로서 아이들의 밝은 웃음, 신나는 발걸음을 꼭 지켜주고 싶다.
 
 어린이집에 가는 아들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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