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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장천마을 심수길씨

“집 다시 지으려면 1억 필요

어떻게 할지 앞길 막막해”

“태풍 루사 피해로 집을 다시 지었는데, 이번에는 산불로 또 집을 잃었네요….”

7일 강원 속초시 장천마을에서 만난 심수길(67·사진) 씨는 공허한 눈길로 불에 모두 타 버린 자신의 집을 한동안 응시했다. 심 씨는 2002년 태풍 루사 때 집이 모두 무너지는 피해를 봤다. 당시 아내와 초등학생이던 두 아들을 간신히 피신시키며 목숨은 건졌지만, 가재도구 하나 없는 맨바닥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다. 심 씨는 “당시 정부 위로금 1000만 원과 대출 3000만 원, 그리고 자식 같던 소를 팔아 집을 다시 지었는데 이번에 또다시 산불로 집을 잃었다”며 “다시 지으려면 적어도 1억 원 이상은 마련해야 하는 데 앞길이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두훈(61) 장천마을 통장은 “나머지 가옥들도 크고 작은 피해로 신축에 가까운 돈을 들여야 하지만 경제적 능력이 있는 가구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장천마을은 지난 4일 고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속초까지 확산하며 원주민 40여 가구 중 23채가 피해를 보고 4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날 마을로 들어서자 매캐한 내음과 함께 까맣게 그을려 형체를 알 수 없는 주류회사 창고가 산불 당시의 참상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날 마을 현장 응급의료소에는 주민 55명이 방문해 약을 받아갔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이동 차량에서 상담을 마치고 나오던 윤명숙(여·77) 씨는 “불안해 잠을 못 이루고 깜짝 놀라는 증상이 계속돼 상담을 받았다”며 “마을 주민 대부분이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했다. 주민들은 고령과 불안한 심리상태에도 농사 걱정을 빼놓지 않았다. 이번 산불로 급하게 몸만 피하다 보니 농기계는 물론 농사를 위해 준비해 놓은 볍씨와 모종까지 모두 잃은 농가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어 통장은 “국가에서 임시 거처를 마련해 준다고 했지만, 논과 밭이 있는 마을을 떠나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며 “마을 실정을 고려한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속초 = 이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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